욕지도 여행 2일차) 화려한 외출 영화 촬영지 / 고메도넛 / 고래강정 / 이중섭 욕지도 풍경 / 고등어김밥 / 통영 칭구반다찌 / 진주성 야경 / 진주 로스팅웨어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숙소를 떠났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어디를 찍든 시원한 풍경이다. 하늘도 바다도 멋지다.

영화 화려한 외출 촬영지라는 곳에 도착했다.

김용성의 원작소설을 김수용이 감독하고, 윤정희, 이영화, 이대근 등이 출연한 영화였다. 나름 모더니즘적 영화스타일이라고. 내용을 읽어보니 그 당시엔 미스테리하면서도 참신했을 듯. 욕지도는 도시와 대비되는 원초적인 생명력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표현했단다.

새에덴동산이라는 곳을 입구만 갔다가 돌아나왔다. 마쉬멜로우나 생크림 케이크를 연상시키는 건물들. 종교적인 냄새를 팍팍 풍겨 건물만 보고 다시 back~

다시 모노레일을 지나쳐 관청 출렁다리쪽으로 왔다. 근데 사람들이 많아서 잠시 목도 축일 겸 카페를 찾으니 출렁다리 옆에 카페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인다.

사람들이 저 건물 주변에서 내려오는 건 보니 카페 같다. 가파른 오르막을 열심히 올라갔다.

왼쪽엔 계단, 오른쪽은 건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다. 나는 계단으로, 곰부링은 오르막을 계속 올라갔다.
건물에 도착하니 중년 남성 두 분이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카페 맞구나 싶어 얼른 들어가려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
"위로 쭉 올라가시면 됩니다~!"
응? 왜 위로 올라가라고 하는 거지?
알고 보니 거기는 개인 주택이었다. 계단을 쭉 올라가면 또다른 관광명소가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 듯 하다. 길과 주택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하마터면 남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커피 팔라고 할 뻔 했다.
알려준 대로 숲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뭐가 나온다는 거지?
그 순간 느닷없이 나타난 풍경에 놀라고 말았다.

고래강정이었다. 고래가 하얀 물줄기를 내뿜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 이름을 듣고 참 섬에 살며 바다에 익숙한 사람들의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멋이라곤 1도 없는 V절벽? V라인 절벽? 이런 이름 막 붙였을 지도.
고래강정을 보고 계속 걸어가면 펠레칸 바위가 보인다. 이어진 길이다. 다시 돌아나와 관청 출렁다리를 건너보고(길어서인지 유난히 흔들림이 심해 무섭기도 ㅠ.ㅠ) 차를 타고 어제 못 먹은 고메도넛 먹으러 갔다.
오늘은 다행히 품절 아니었다! 1시쯤이었나?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긴 했지만, 품절 아닌게 어디인가.
카드 결제도 된다. 욕지도는 거의 현금을 선호하던데, 여기도 현금을 선호하긴 하지만, 카드 결제도 되더라.


커피랑 도넛을 먹을 수 있는 테라스도 있다. 올라오기 전, 티슈는 몇 장 챙기는 게 좋다. 도넛이다보니 기름이 손에 많이 묻더라고.
금방 튀긴 거다 보니 따끈따끈 맛있었다. 뜨거운 카푸치노랑 같이 먹으니 더 맛나네. (개당 2500원)


고메도넛을 지나쳐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네비에는 끊긴 길이다, 없는 도로다라고 나오는 길도 계속 가보니 쭉~ 이어지더라. 중간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면 내려서 물고기도 구경하고, 해녀의 물질하는 모습(휘~삐~하는 숨 내뱉는 소리도 들었다)도 보고.
섬을 한 바퀴 다 돈 다음에는 산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경찰서를 지나, 우체국을 지나, 위로 위로~

계속 올라가다 보니 막다른 곳이다. 근처에 욕지도 라이언스클럽 공동묘지라고 적힌 곳이 있더라.

아래쪽으로 좀 내려와 보니 문턱바우라는 곳이 있다. 이승과 저승을 드나드는 문턱 같다하여 문턱바우(바위)라 하였는데, 상여가 운구될 때 입구인 이곳에 상여를 받쳐놓고 노자를 거둔 곳이란다.
근데 문턱바우 옆에는 불청객이 있었는데...

바로 흑염소 가족들 ㅎㅎㅎㅎ
펜션의 화단인 듯 한데, 열심히 식사하고 있다. 욕지도에는 흑염소를 방목해서 키운다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만나서 놀라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집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집은 리모델링을 해서 우와 소리가 나게 멋지고, 어떤 집은 소라껍데기라든가 조개껍데기를 활용해 장식물을 만들어 달아놓기도 하고, 어떤 집은 폐가가 되어 버렸고.
고구마 수확철이라 그런지 고구마를 캐는 사람들도 많았고,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려놓은 모습도 많이 보았다.

이중섭 욕지도 풍경. 통영에서 머물던 곳이 나전칠기 기술자 양성학교였는데, 이 곳 졸업생으로 미술가를 지망하던 이성운 씨랑 한 방을 쓰면서 친해진 모양이다. 이성운 씨의 고향은 욕지도였고, 같이 배를 타고 욕지도에 왔단다.
이중섭 답게 욕지도 바다그림도 뭔가 강렬하고 생생한 느낌이다.
욕지도에는 학교도 몇 개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 도착한 초등학교 옆에는 100년을 훌쩍 넘긴 교회가 있었다.


욕지도 마을을 걷다보면 고양이를 자주 만나는데, 다들 겁먹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다가온다. 그렇다고 엄청 애교부린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고, 당당히 다가와 마주보고는 관찰하고 나서, 흥미를 끌게 더 이상 없다는 듯 쓱 가버린다. 도도한 섬 고양이.
갑자기 배가 고파져 배를 타기 전 찾은 곳은 고등어김밥집. 간장에 절이거나, 고추장을 묻힌 고등어를 넣은 김밥이다. 간장고등어, 고추장 고등어 중 선택하면 되고, 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 1인분 4천원(현금 결제만 가능)
만드는 중간중간 사람들이 들어와 고구마막걸리도 사고, 고구마도 사가고 해서 아줌마가 자꾸 딴 길로 빠지시는 게 단점. 배 떠나기 전에 고등어김밥은 완성되는 거겠지?

김밥이 한 줄에 4천원이라니! 싶었지만 입에 넣으니 꽉 찬다. 짭조름 고등어살도 맛나고,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어 고소하다.
얌얌 먹고 나니 다시 통영에 도착!
이젠 통영 반다찌집을 가야 한다. 다찌집은 1인당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술을 계속 먹을 자신이 없어 찾아보니 반다찌집이 있었다. 그 중 칭구반다찌집을 선택했다.

1인당 1만5천원이고, 술은 별도로 계산한다. 보통 소주나 맥주는 5천원 하더라.
안주로는 밥 되는 것도 나오고, 회도 나오고, 튀김도 나오고 다양하게 나온다. 든든하게 남김 없이 다 먹고 나왔다.
다음에는 통영에 숙소를 잡아 다찌집에서 신나게 먹고 마시고 싶기도 하다.
반다찌집에서 배를 두드리며 나와 다시 출발! 진주로 향했다.
곰부링이 이왕 나온 김에 자동차동호회 부울경 정모에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진주에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았기에 진주성을 구경했다.



진주성 안쪽은 6시 이후에는 볼 수가 없어서 성 입구 주변만 구경했다. 진주 남강도 보고, 야경도 보고. 시간이 많지 않아 나중에 다시 아이들과 보러 오기로 했다. (그게 다음주가 될 줄이야...)
정모 2차 장소인 로스팅웨어에 갔다. 곰부링이 사람들 만나는 동안, 숏라테를 시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했다.
근데 라떼 진짜 맛있다!


우유가 찐하고(진하고 노노~ 찐하고) 커피맛도 딱 우유 농도에 맞게 찐하다.
최근에 먹은 라떼 중에서 제일 맛있게 마셨다. 사이즈가 숏이라서, 감질나게 마셔서 더 그런가?
커피 원두가 맛있는 거 같아, 나오는 길에 더치커피 한 통을 구매했다.(1만5천원)


집에 돌아와 아이스커피로 마셨는데, 초코맛이 약간 감돌면서 맛있었다.
아, 그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만난 다이슨 수도꼭지.

벽에 붙은 안내판처럼 손을 펴면 물이 나오고, 손을 비스듬히 하면 바람이 나온다. 재미있어서 여러 번 해봤다. ㅎㅎㅎㅎ
누구는 욕지도 여행가서 딱히 뭐 할 거 없지 않냐라고 하지만, 힐링하기에, 스토리를 만들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바다보면서 멍 때리기에도 좋고, 욕지도 구석구석을 돌며 이 섬의 스토리를 찾아보고 또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맛있는 음식도 많고. 그런 점에서 나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 다음에는 1박2일이 아닌 5박6일쯤은 머무르면서 느긋하게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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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여행 1일차) 자부마을 / 펠리칸바위 / 욕지도출렁다리 / 바다낚시 / 고등어회 / 욕지도맛집
10월 욕지도 여행. 펜션과 배 예약만 하고 떠났다. 배 안에서 욕지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좋은 기사를 발견했다.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10783271 비렁길 따라 눈부신 파랑, 그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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